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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알파마: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

by 행랑이 2026. 8. 5.

소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입니다. 지도상으로는 걸어서 20분이면 닿을 거리인데, 실제로 걸어보면 오르막과 계단이 이어져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리스본의 매력입니다. 언덕을 하나 넘을 때마다 붉은 지붕이 겹겹이 깔린 전망대가 나타나고, 좁은 골목 끝에서는 노란 트램이 벽을 스치듯 지나갑니다. 이 글에서는 리스본의 골목을 중심으로,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자가 놓치기 쉬운 동선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알파마: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

미로 속에서 길을 잃는 즐거움

알파마(Alfama)는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도시의 다른 구역과 달리 계획 없이 뻗어나간 중세의 골목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폭이 1미터 남짓한 길, 빨래가 널린 창문, 계단 위에 놓인 화분들이 이어지고, 구글 지도가 자주 방향을 잃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알파마를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언덕 꼭대기의 상 조르즈 성(Castelo de São Jorge)에서 시작해 골목을 따라 강 쪽으로 내려오면 오르막을 거의 겪지 않습니다. 중간에 있는 미라도루 다스 포르타스 두 솔(Miradouro das Portas do Sol) 전망대는 알파마의 붉은 지붕과 테주강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곳으로, 관광객이 몰리기 전인 오전 9시 이전이나 해질 무렵이 가장 좋습니다.

28번 트램: 노란 전차가 지나는 길

현지인처럼 타는 법

1930년대에 제작된 목재 차량이 아직도 운행 중인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상징입니다. 마르팅 모니즈(Martim Moniz)에서 출발해 그라사, 알파마, 바이샤, 바이후 알투를 거쳐 캄푸 드 오리크까지, 관광지 대부분을 한 번에 훑고 지나갑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낮 시간대에는 종점에서 40분씩 줄을 서야 하고, 차 안은 서 있기도 힘들 만큼 붐빕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오전 8시 이전에 종점에서 타는 것, 다른 하나는 반대 방향인 캄푸 드 오리크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후자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앉아서 갈 확률이 높습니다. 요금은 차내에서 현금으로 내면 3유로대이지만, 비바 비아젬(Viva Viagem) 카드를 역에서 구입해 충전하면 1유로대로 이용할 수 있어 하루만 다녀도 본전을 뽑습니다. 소매치기가 가장 많은 노선이기도 하니 가방은 앞으로 메세요.

벨렝: 대항해시대의 흔적과 에그타르트

한 세기를 이어온 맛

리스본 서쪽의 벨렝(Belém)은 15세기 항해자들이 배를 띄웠던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강 위에 서 있는 벨렝 탑, 그리고 강변으로 뻗은 발견 기념비가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수도원의 회랑은 마누엘 양식 특유의 밧줄과 해초 문양 조각으로 뒤덮여 있어, 실내 사진 한 장을 위해서라도 들어가 볼 가치가 있습니다.

벨렝에 왔다면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은 사실상 필수 코스입니다. 1837년부터 수도원의 비법 레시피로 에그타르트를 굽는 곳으로, 계피와 슈가파우더를 뿌려 갓 나온 것을 먹으면 다른 가게의 것과 확실히 구분됩니다. 밖에 늘어선 긴 줄은 대부분 테이크아웃 줄이니, 안쪽 홀로 바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훨씬 빨리 먹을 수 있습니다. 벨렝까지는 15번 트램이나 기차로 약 20분 걸립니다.

파두: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리스본의 목소리

진짜 파두를 만나는 곳

파두(Fado)는 '숙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 전통 음악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포르투갈 기타의 금속성 울림 위에 얹히는 목소리에는 '사우다드(saudade)', 즉 돌아오지 않을 것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고들 합니다. 가사를 몰라도 정서가 전해지는 음악입니다.

관광객용 대형 파두 하우스는 저녁 식사와 공연을 묶어 1인 50유로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알파마와 모라리아의 작은 타스카(tasca, 동네 선술집)에서는 훨씬 소박한 형태의 파두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파두 바디우(fado vadio)'라고 부르는 아마추어 파두는 손님이나 주인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방식이라, 관광 공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밀도가 있습니다. 공연 중에는 대화와 촬영을 삼가는 것이 이곳의 기본 예의입니다.

LX 팩토리와 카이스 두 소드레: 낡은 공장의 재탄생

리스본의 오늘을 보는 창

리스본이 과거의 도시만은 아닙니다. 4월 25일 다리 아래 방직 공장 단지를 개조한 LX 팩토리(LX Factory)는 서점, 디자인 숍,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선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특히 서점 레르 드바가르(Ler Devagar)는 천장까지 이어진 책장과 인쇄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리스본에서 가장 많이 촬영되는 실내 공간 중 하나입니다. 일요일에는 야외 마켓이 열립니다.

강변의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는 과거 선원들의 유흥가였다가 지금은 리스본 나이트라이프의 중심이 된 곳입니다. 바닥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핑크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바가 밀집해 있고, 근처의 타임아웃 마켓(Time Out Market)에서는 유명 셰프들의 음식을 푸드코트 형태로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다만 리스본의 저녁은 늦게 시작합니다. 밤 10시 전에 가면 한산한 가게만 보게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리스본은 유명한 명소 몇 개로 요약되는 도시가 아닙니다. 알파마의 골목에서 길을 잃고, 28번 트램의 창밖으로 스쳐가는 벽을 보고, 전망대에 앉아 강 위로 해가 지는 걸 지켜보는 시간들이 모여 이 도시의 인상을 만듭니다. 언덕은 분명 힘들지만, 그 언덕을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장면들 때문에 리스본을 다녀온 사람들이 다시 그곳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편한 신발 한 켤레와 여유로운 일정만 준비한다면, 리스본은 기대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 요금과 운영 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